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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보철

임플란트 vs 브릿지 vs 틀니, 뭘로 할까? 치과 기공사가 뜯어본 '내구성'과 '현실'

 

치과 진료대에 누워 상담을 받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임플란트가 제일 좋다는데 비용이 부담되고... 브릿지는 좀 저렴한데 멀쩡한 옆 치아를 깎아야 한다고?"

 

환자분들은 주로 '비용'과 '통증'을 기준으로 고민하시지만, 그 보철물을 매일 디자인하고 깎아서 만드는 치과 기공사(Dental Technician)의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저희는 보철물의 '구조적 수명'과 '장기적 예후'를 보기 때문이죠.

 

매일 수십 개의 치아 모델을 3D 프린터로 뽑고 다듬으면서 느꼈던, '제작자가 아니면 모르는 보철물별 치명적인 장단점'을 아주 솔직하게 비교해 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어떤 치료가 '나를 위한 선택'인지 명확해지실 겁니다.

 

임플란트 vs 브릿지 vs 틀니, 뭘로 할까? 치과 기공사가 뜯어본 '내구성'과 '현실'

1. 브릿지(Bridge) : "기공사로서 만들 때마다 가장 마음 아픈 보철"

브릿지는 빠진 치아 양옆의 치아를 다리(Bridge)처럼 연결해 허공에 인공치아를 띄우는 방식입니다. 임플란트 수술(매식) 자체에 공포감을 가진 분들이나, 당뇨 등으로 수술이 어려운 분들이 많이 선택하십니다.

 

하지만 기공소에서 브릿지 제작용 작업 모델(Model)을 받을 때마다 저는 종종 탄식하곤 합니다. "아... 이 멀쩡한 치아들을 이렇게 많이 삭제했구나."

  • 치아 삭제량의 진실 : 브릿지를 씌우려면 보철물이 들어갈 두께를 확보해야 합니다. 보통 치아 표면을 1.5mm에서 2mm 정도 깎아냅니다. "겨우 2mm?"라고 하실 수 있지만, 치아의 가장 단단한 보호막인 법랑질(Enamel)의 대부분을 깎아내는 셈입니다.
  • 연대 책임의 위험성 : 브릿지는 3개의 치아가 한 덩어리로 연결됩니다. 만약 지지대 역할을 하는 치아 중 하나라도 충치가 생기거나 흔들리면? 멀쩡했던 나머지 보철물까지 전부 뜯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대공사가 벌어집니다. 하나 살리자고 둘을 희생하는 구조라, 뼈 상태가 정 나쁜 게 아니라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2. 임플란트(Implant): "구조역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대안"

 

반면, 임플란트 의뢰가 들어오면 제작자로서도 마음이 편합니다. 옆 치아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딱 그 자리만 해결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 독립적인 힘 분산 : 우리가 음식을 씹을 때 발생하는 힘(저작압)은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임플란트는 이 힘을 잇몸 뼈가 직접 받아냅니다. 브릿지처럼 옆 치아에 짐을 떠넘기지 않아 주변 치아 수명까지 길어집니다.
  • 커스텀 어버트먼트(Custom Abutment)의 마법 : 예전 임플란트는 기성품 기둥을 써서 음식물이 잘 끼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커스텀 어버트먼트'라고 해서, 환자분의 잇몸 라인에 딱 맞춰 3D로 디자인한 맞춤형 기둥을 씁니다.

 

3. 틀니(Denture) : "아무리 잘 만들어도 내 치아의 30%"

 

틀니는 잇몸 뼈가 거의 없거나, 재정적인 이유로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공사로서 틀니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유지력(안 빠지게 하는 것)'과 '통증 완화'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저희가 최첨단 장비로 아무리 정밀하게 깎아도 틀니는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단한 치아 뿌리 대신, 물렁한 잇몸 살 위에 플라스틱을 얹어 씹는 구조니까요. 씹는 힘도 자연치아의 20~30% 수준으로 뚝 떨어집니다.

  • 제작자의 Tip : 만약 틀니를 피할 수 없다면, 헐거움을 잡아주는 '임플란트 틀니(오버덴처)' 방식을 꼭 상담받아보세요. 임플란트를 2~4개만 심고 단추처럼 틀니를 딱! 고정하는 방식인데, 환자분들의 만족도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4. 자주 묻는 질문 (FAQ) - 기공사가 답해드립니다

 

Q. "금(Gold)이 제일 좋은 거 아닌가요?" A. 옛날이야기입니다. 금은 생체 친화적이지만, 심미성이 떨어지고 가격 변동이 심합니다. 요즘은 '지르코니아(Zirconia)'라는 재료가 대세입니다. 인공 다이아몬드라 불릴 정도로 강도가 세고, 치아 색과 똑같아서 앞니, 어금니 어디든 완벽하게 적용됩니다.

 

Q. "치과마다 보철물 가격이 왜 다른가요?" A. 보철물은 공산품이 아니라 '맞춤 정장'입니다. 기공사의 숙련도, 사용하는 지르코니아 블록의 등급(국산 vs 외산), 그리고 제작 장비(3D 프린터, 5축 밀링기 등)의 정밀도에 따라 원가 차이가 발생합니다. 무조건 싼 곳보다는 '디지털 장비'를 제대로 갖춘 곳이 정밀도가 높을 확률이 큽니다.

 

5. 결론: 기공사가 가족에게 권한다면?

 

만약 제 가족이 치아를 잃었다면, 저는 조금 무리해서라도 임플란트를 권할 것입니다.

당장의 치료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아있는 다른 치아들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브릿지를 하기 위해 건강한 생니를 깎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큰 손해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혹시 "아직 안 아픈데 좀 더 미뤄도 될까?"라고 생각하시나요? 치아가 빠진 채로 1년이 지나면 우리 입안에서 어떤 끔찍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는지, [👉 기공사가 직접 본 방치된 구강의 최후 (클릭)] 글에서 꼭 확인해보세요. 치료를 서둘러야 하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되실 겁니다.

 


 

[안내 말씀] 본 블로그의 내용은 치과 치료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며, 전문적인 의료 진단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구강 상태에 따른 정확한 치료 계획 및 재료 선택은 반드시 치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합니다. 본 정보를 근거로 발생하는 어떠한 피해나 불이익에 대해서도 본 블로그는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