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채로 1년 방치하면? 치과 기공사가 말하는 '보철'이 시급한 이유

 

치과 치료비, 솔직히 한두 푼이 아닙니다. 그래서 치아가 하나 빠지거나 깨져도 "당장 씹는 데는 문제없으니까..." 하고 차일피일 미루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보철물을 직접 제작하는 치과 기공사(Dental Technician)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빠진 치아를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싼 치료비 청구서를 예약하는 행위"입니다.

 

오늘은 교과서적인 정의 대신, 현장에서 직접 모델을 깎고 디자인하며 느낀 '치과 보철을 왜 하루라도 빨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요즘 보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1. 치아 하나가 없으면 벌어지는 '도미노 현상'

 

많은 환자분들이 "이 하나 없다고 무슨 일 생기겠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구강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정밀한 기계와 같습니다.

 

기공소에서 환자분들의 구강 모델(석고 모형)을 보다 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참 많습니다. 치아가 빠진 빈 공간으로 양옆의 치아들이 쓰러지고(경사), 맞물리던 위쪽 치아는 아래로 솟구쳐 내려오는(정출) 현상 때문입니다.

• 치아는 짝을 찾으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 맞물리는 치아가 없으면 잇몸 뼈가 녹으면서 치아가 솟거나 내려옵니다.
• 결과 : 나중에 마음먹고 치료하려 해도, 이미 주변 치아들이 자리를 다 차지해버려 멀쩡한 주변 치아까지 깎아내거나 교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것이죠.

 

2. 기공사가 보는 보철물의 종류 (장단점 팩트 체크)

 

보철물의 종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제작자 입장에서 본 특징은 이렇습니다.

• 크라운 (Crown) : 깨진 치아에 씌우는 '헬멧'입니다. 과거엔 금(Gold)을 많이 썼지만, 요즘은 치아 색과 유사하면서도 강도가 다이아몬드급인 '지르코니아(Zirconia)'가 압도적인 대세입니다.
• 브릿지 (Bridge) : 임플란트 수술이 무서운 분들이 선택합니다. 하지만 다리를 놓기 위해 멀쩡한 양옆 치아를 깎아서 지지대로 써야 한다는 점이 제작자로서도 늘 아쉬운 부분입니다.
• 임플란트 (Implant) : 현재로서는 자연치아를 대체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입니다. 주변 치아를 건드리지 않아도 되니까요.

 

3. "본뜨다가 구역질 나셨죠?" 디지털 치과와 3D 프린팅의 혁명

 

예전에는 입안 가득 고무 같은 인상재를 물고 "윽, 구역질 나요" 하며 힘들어하셨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요즘 치과 보철 제작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최근에는 구강 스캐너로 입안을 3D 촬영하고, 그 데이터를 기공소로 전송합니다. 그럼 저희는 모니터 화면 속에서 CAD 프로그램으로 치아를 디자인하죠.

 

특히 3D 프린터의 활약이 놀랍습니다. 저는 작업 시 정밀한 출력이 가능한 레진 3D 프린터를 활용해 모델을 출력합니다.

• 과거 : 사람이 손으로 왁스를 녹여 모양을 잡음 (시간 오래 걸림, 사람 손에 따른 오차 발생 가능)
• 현재 : 3D 프린터가 디자인 그대로 적층해서 출력 (정확한 교합, 빠른 제작 속도)

덕분에 환자분들은 치과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고, 더 딱 맞는 편안한 보철물을 받으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덴티스트리(Digital Dentistry)의 핵심입니다.

 

4. 보철물 수명, '냄새'로 체크하세요 (관리 꿀팁)

 

비싼 돈 들여 한 보철물, 평생 쓰고 싶으시겠지만 보철물도 타이어 같은 '소모품'입니다. 특히 보철물 속의 치아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가장 확실한 교체 신호는 '냄새'와 '치실'입니다.

1. 냄새: 양치를 해도 보철물 주변에서 쿰쿰한 냄새가 난다면? 접착제가 녹아 그 틈으로 세균이 번식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2. 치실: 매끄럽게 들어가던 치실이 어느 날부터 뚝뚝 끊어지거나 보철물에 걸린다면? 보철물에 금이 갔거나 미세한 틈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마치며

치과 보철물은 단순히 빈칸을 채우는 부품이 아닙니다. 밥을 먹고, 말을 하고, 자신 있게 웃을 수 있게 해주는 삶의 질 그 자체입니다.

혹시 지금 빠진 치아나 깨진 치아를 "안 아프니까" 하고 방치하고 계신가요? 더 큰 비용과 통증이 찾아오기 전에, 가까운 치과에서 검진을 받아보시길 제작자의 입장에서 간곡히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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