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신경치료 후 "크라운을 씌워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때부터 머리가 아파옵니다. 상담 실장님이 보여주는 가격표 속 낯선 용어들 때문이죠.
"PFM은 싸고, 지르코니아는 비싸네? 비싼 게 무조건 좋은 건가?"
"내 친구는 PFM 했다가 잇몸이 검게 변했다던데..."
보철물은 한 번 내 입안에 들어가면 10년 가까이 함께해야 합니다. 하지만 환자분들은 정보가 부족해 가격만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매일 이 재료들을 직접 디자인하고 깎아내는 치과 기공사(Dental Technician)의 입장에서, 지르코니아와 PFM의 결정적 차이를 가감 없이 털어놓으려 합니다. 특히 '앞니' 치료를 앞둔 분들이라면 꼭 알아야 할 'PFZ'의 비밀까지 모두 공개합니다.

1. 기본 개념 : 기공사는 '속 재료'부터 봅니다
두 재료를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내부 프레임(뼈대)'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느냐입니다.
- PFM (Porcelain Fused to Metal) : 겉은 하얀 도자기(Porcelain)지만, 그 속에는 시커먼 금속(Metal) 캡이 숨어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사용된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 지르코니아 (Zirconia): '인공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고강도 세라믹 덩어리입니다. 속에 금속이 전혀 없고, 전체가 치아 색을 띱니다. 요즘 기공소 작업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세 재료입니다.
2. 제작자가 느끼는 결정적 차이 3가지 (팩트 체크)
① 심미성 : "치과 기공사의 영원한 숙제, PFM의 블랙 라인"
많은 분들이 "지르코니아가 더 비싸니까 무조건 예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제작자 입장은 조금 다릅니다.
- PFM의 딜레마 : PFM은 도자기 가루를 사람이 붓으로 한 층 한 층 쌓아 올려(Build-up) 만들기 때문에 치아 특유의 투명감은 아주 우수합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 기공사의 고충 : 속에 있는 금속 색이 비쳐 보이지 않게 하려고 '오페크(Opaque)'라는 불투명 막을 바르는데, 이게 치아를 탁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 잇몸이 내려가면, 감춰뒀던 금속 테두리가 잇몸 경계에 검은 실선(Black Line)처럼 드러납니다. 심미적으로 가장 큰 불만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지르코니아의 진화 : 초창기 지르코니아는 너무 하얗고 탁해서 '변기통 색깔' 같다는 비아냥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제가 사용하는 최신 '멀티레이어 지르코니아 블록'은 자연치아처럼 그라데이션이 들어가 있어 심미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금속이 없으니 잇몸이 검게 변할 걱정도 없습니다.
② 강도와 내구성 : "기계도 힘겨워하는 지르코니아의 단단함"
- PFM (깨짐 주의) : 금속 위에 도자기를 얇게 입힌 형태라, 얼음이나 게장같이 딱딱한 것을 잘못 씹으면 겉면의 도자기가 깨져나가는 현상(Chipping)이 종종 발생합니다.
- 지르코니아 (매우 단단함) : 이 재료는 정말 단단합니다. 기공소에서 다이아몬드 바로 갈아내려 해도 불꽃이 튈 정도입니다. 재료 자체가 하나의 덩어리(Monolithic)라 깨질 염려가 거의 없습니다. 금니의 강도와 치아 색의 심미성을 모두 잡은 유일한 대안입니다.
③ 생체 친화성 : "내 몸에 금속이?"
- PFM : 드물지만 금속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잇몸 주변이 붉게 붓거나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지르코니아 : 생체 친화적인 재료로 알레르기 반응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열 전도율이 낮아 찬물, 뜨거운 물을 마실 때 시린 증상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3. 앞니 치료의 '치트키', PFZ를 아시나요?
만약 치료해야 할 치아가 잘 보이는 '앞니'라면, 기공사는 PFZ (Porcelain Fused to Zirconia)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일반 통지르코니아는 튼튼하지만, 앞니 특유의 영롱하고 투명한 끝부분을 완벽하게 재현하기엔 2% 부족합니다. 이때 PFZ가 등장합니다.
- PFZ의 구조 : 속은 단단하고 하얀 '지르코니아'로 뼈대를 만들고, 겉면은 기공사가 붓으로 정성스럽게 '도자기'를 쌓아 올려 완성합니다.
- 왜 끝판왕인가? : PFM의 단점(금속 비침)과 통지르코니아의 단점(탁함)을 모두 해결했습니다. 속이 하야니 잇몸이 검게 안 변하고, 겉은 도자기라 실제 치아처럼 투명하고 자연스럽습니다. 기공사의 손기술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고급 보철물입니다.
4. 한눈에 보는 비교표 (제작자 시점 요약)
| 비교 항목 | PFM (금속+도재) | 지르코니아 (통) | PFZ (지르코니아+도재) |
| 내부 재료 | 시커먼 금속 (Metal) | 지르코니아 | 지르코니아 |
| 심미성 | 좋으나 잇몸 검게 변함 | 깔끔하고 무난함 | 최상 (앞니 추천) |
| 강도 | 강함 (겉면 깨짐 주의) | 매우 강함 (안 깨짐) | 강함 (겉면 깨짐 주의) |
| 추천 대상 | 가성비 중요 | 힘센 어금니 | 잘 보이는 앞니 |
5. 결론: 기공사가 가족에게 권한다면?
무조건 비싼 재료가 정답은 아닙니다. 내 구강 환경에 맞는 재료가 최고의 재료입니다.
- 어금니이면서 씹는 힘이 세다 : 고민할 것 없이 깨질 위험이 없는 '통 지르코니아'를 추천합니다.
- 웃을 때 보이는 앞니가 중요하다 : 비용이 좀 들더라도 무조건 심미성이 가장 뛰어난 'PFZ'로 하셔야 후회가 없습니다.
선택에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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