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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보철

"금니 할까요, 지르코니아 할까요?" 치과 기공사가 내 돈 주고 치료받는다면? (부제: 10년 쓰는 보철물, 지르코니아의 디지털 혁신과 골드의 아날로그 감성 완벽 비교)

1. 도입 : 기공소의 풍경을 바꾼 '하얀 혁명', 지르코니아

매일 아침 기공소의 전원을 켜면 가장 먼저 저를 반기는 것은 뜨거운 용광로의 열기가 아니라,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5축 밀링 머신의 날카로운 소리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금 합금을 녹이기 위해 토치를 들었던 시간이 많았지만, 이제 제 작업 시간의 70% 이상은 모니터 앞에서 지르코니아 보철물을 디자인(CAD)하는 데 사용됩니다.

 

치과 상담실에서 "요즘은 금보다 지르코니아를 많이 한다는데 정말 괜찮을까요?"라고 묻는 환자분들의 고민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르코니아는 단순히 '하얀색 금니'가 아닙니다. 이는 치의학계의 재료 혁명이자, 디지털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입니다. 오늘은 매일 수십 개의 지르코니아 블록을 깎고 다듬는 치과 기공사(Dental Technician)의 시각에서, 지르코니아가 왜 대세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금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인지 아주 냉정하게 비교해 보겠습니다.

"금니 할까요, 지르코니아 할까요?" 치과 기공사가 내 돈 주고 치료받는다면? (부제: 10년 쓰는 보철물, 지르코니아의 디지털 혁신과 골드의 아날로그 감성 완벽 비교)

2. 지르코니아(Zirconia)란 무엇인가 : 세라믹의 한계를 넘다

 

환자분들은 흔히 지르코니아를 '도자기'라고 생각하시지만, 정확히는 '지르코늄 산화물'이라는 금속 산화물 계열의 세라믹입니다. '인공 다이아몬드'라고 불릴 만큼 강력한 강도를 자랑하죠.

  • 상변이 강화(Phase Transformation Toughening)의 마법: 지르코니아의 가장 놀라운 공학적 특징입니다. 일반적인 세라믹은 충격을 받으면 균열이 퍼져 깨지지만, 지르코니아는 미세한 금이 가기 시작하면 그 주변의 입자가 스스로 팽창하여 균열을 꽉 잡아버립니다. 이 '자가 치유'와 같은 특성 덕분에 어금니의 강한 저작 압력에도 견딜 수 있는 것입니다.
  • 압도적인 굴곡 강도: 일반적인 도재(PFM)의 강도가 100~150MPa 수준이라면, 지르코니아는 1,000~1,200MPa에 달합니다. 이는 금속인 금 합금의 강도와 비견될 정도로, "세라믹은 잘 깨진다"는 편견을 완전히 깨뜨린 수치입니다.

 

3. 디지털 공정 : 0.01mm 오차를 잡아내는 CAM 기술

 

제가 금보다 지르코니아 제작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는 '디지털 재현성' 때문입니다.

  • 5축 밀링 장비의 정밀함: 과거 사람이 손으로 조각하던 시대에는 기공사의 컨디션에 따라 보철물의 품질이 널뛰었습니다. 하지만 지르코니아는 3D 스캔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0.01mm 오차 없이 깎아냅니다.
  • 소결(Sintering)의 과학: 깎아낸 지르코니아는 약 1,500도의 고온로(Furnace)에서 10~12시간 동안 구워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때 크기가 약 20% 정도 수축하는데, 기공 소프트웨어는 이 수축률까지 미리 계산하여 디자인합니다. 이 복잡한 수학적 과정이 완벽하게 들어맞을 때, 환자의 입안에 '딱' 소리를 내며 들어맞는 쾌감은 기공사만이 아는 보람입니다.

 

4. 심미성(Aesthetics) : "진짜 내 치아는 어디에 숨었지?"

 

지르코니아의 가장 큰 무기는 누가 뭐래도 '아름다움'입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계가 깎은 덩어리에 기공사의 집요한 후가공 작업이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 멀티레이어(Multi-layered) 블록의 진화: 예전 초창기 지르코니아는 분필처럼 빛을 투과하지 못하고 너무 하얗게 떠 보여서 인위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저희 기공소에서 사용하는 최신 프리미엄 블록은 다릅니다. 실제 자연 치아처럼 잇몸 쪽(치경부)은 진하고 단단하며, 씹는 면(절단연)으로 갈수록 투명해지는 그라데이션이 블록 자체에 이미 층층이 들어가 있어 기본 바탕색부터가 다릅니다.
  • 스테인 작업(Stain) : 1,500도 고온의 소결(Sintering) 과정을 마친 직후의 지르코니아는 아주 단단해졌지만, 표면이 약간 탁하고 생기가 없습니다. 이때부터 기공사의 예술적 감각이 필요합니다. 저는 아주 가는 세필 붓을 이용해, 환자분의 옆 치아와 똑같은 특징들 예를 들어 미세한 실금(Crack), 하얀 반점(White spot), 혹은 치아 사이의 착색 등을 특수 물감으로 하나하나 그려 넣습니다. 기계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디테일'의 영역입니다.
  • 글레이징(Glazing) - 유리알 같은 광택의 완성 : 색칠만 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스테인 처리만 된 표면은 아직 미세하게 거칠고 광택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자기 유약 역할을 하는 액체(Glaze liquid)를 얇고 균일하게 도포한 뒤, 전용 오븐에서 한 번 더 구워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글레이징'을 통해 지르코니아는 비로소 자연 치아의 에나멜처럼 반짝이고 매끄러운 유리알 광택을 얻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예뻐 보이는 것을 넘어, 입안에서 치태(Plaque)가 미끄러져 나가게 하여 잇몸 건강을 지키는 위생적인 역할까지 수행하는 필수적인 최종 단계입니다.

 

5. 골드(Gold)와의 비교: 그럼에도 금이 살아남은 이유

 

지르코니아가 아무리 좋아도, 금(Gold)만이 가진 '아날로그적 가치'를 100%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 연성과 전성(Ductility & Malleability): 금은 씹으면 씹을수록 미세하게 펴지며 치아와 보철물 사이의 틈을 스스로 메웁니다. 반면 지르코니아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재료입니다.
  • 대합치 마모 문제: 지르코니아가 너무 단단하게 제작되어 표면이 거칠면, 맞닿는 자연 치아를 사포처럼 갈아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공사는 지르코니아의 표면을 거울처럼 매끄럽게 닦아내는 '경면 연마(Polishing)' 작업에 사활을 겁니다. 반면 금은 자연 치아와 마모도가 비슷하여 대합치를 보호하는 데 있어 가장 이타적인 재료입니다.

 

6. 상황별 선택 가이드: 기공사가 제안하는 부위별 필승 조합

 

자, 이제 기공사인 제가 제 가족의 입안을 책임진다면 내릴 결론을 정리해 드립니다.

 

① 앞니 (송곳니 포함) : PFZ 혹은 멀티레이어 지르코니아

  • 최고의 심미성을 원한다면 PFZ를, 가성비와 강도를 동시에 잡고 싶다면 멀티레이어 통지르코니아를 선택하세요. 앞니는 저작력이 어금니만큼 강하지 않아 심미성에 90% 이상 투자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② 보이는 어금니 (소구치) : 통지르코니아

  • 웃을 때 은근히 보이는 부위입니다. 금색이 보이면 스트레스받기 딱 좋죠. 강도와 미학을 동시에 잡는 지르코니아가 정답이 아닐까요?

③ 입안의 일꾼, 제1대구치 (첫 번째 큰 어금니) : 고민의 정점

  • 치아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저작 압력을 가장 많이 받는 '에이스'입니다.
  • 시나리오 A: 음식을 강하게 씹고 관리가 조금 소홀하다면? 음식물이 덜 끼고 파절 위험이 없는 지르코니아가 관리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 시나리오 B: 평소 찬물에 예민하거나 잇몸이 약해 정밀한 적합도가 최우선이라면? 여전히 골드(금)가 수명 측면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④ 제일 안쪽 어금니 (제2대구치) : 골드 혹은 강도 높은 지르코니아

  • 잘 보이지 않는 곳이며 가장 큰 힘이 가해지는 곳입니다. 턱 힘이 아주 세다면 깨질 걱정 없는 지르코니아를, 맞닿는 치아가 약하다면 골드를 추천합니다.

⑤ 임플란트 보철물 : 지르코니아

  • 임플란트는 신경이 없어 씹는 힘을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보철물이 아주 단단해야 하는데, 지르코니아는 임플란트 지대주(어버트먼트)와 결합했을 때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보여줍니다.

 

7. 마치며 : 결국 완성은 '정성'에 있습니다

 

지르코니아가 대세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예쁘고, 튼튼하며, 디지털 기술로 인해 오차가 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철물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재료의 이름보다 제작자의 숙련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좋은 지르코니아 블록을 써도 기공사가 교합 설계를 잘못하거나 표면 연마를 소홀히 하면 실패한 보철물이 됩니다. 반대로 저렴한 재료라도 정성을 다해 다듬으면 명품이 됩니다.

 

여러분의 선택이 무엇이든, 여러분의 입안에서 10년 넘게 동고동락할 그 작은 치아 하나에 저희 기공사들이 수만 번의 마우스 클릭과 정교한 붓질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어떤 재료를 선택하시든 정기적인 검진과 올바른 양치 습관이 뒷받침된다면, 그것이 가장 오래 쓰는 '최고의 재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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